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까고 있네

[김광석] 바람이 불어오는 곳 _ 그곳으로 가자


오랜 기간 컬러링으로 등록되어 있던 노래다. 본디 컬러링라는 것이 본인은 정작 들을 일이 없어서 일부러 신경쓰지 않으면 몇 년이고 잊고 지내기 십상이다. 그런데 이 노래는 조금 특별했던 거 같다. 전화를 걸어 온 많은 사람들이 통화가 연결되면 대뜸 '바람이 불어 오는곳 그곳으로 가네' 하며 신이 나서 흥얼거리곤 했다.

무언가 사람의 가슴을 뭉실뭉실 설레이게 하는 마력이 있다. 넘실대는 파도와 포근한 햇살이 눈 앞에 펼쳐지고, 풀잎향이 서린 바람이 느껴진다. 당장이고 기차에 몸을 싣어야만 할 것 같다.

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일년 정도 했을 무렵 이 노래를 귀에 달고 지냈다. 약간 과장해서 말하면 이 노래의 충동질 탓에 그럭저럭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쳤다. 약간의 두려움이 있는 불안한 행복이더라도 새로운 꿈도 있을 것이고 나뭇잎도 손짓하니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람에 내 몸을 맡겨버렸다. 결국 어디로도 떠나지 못했지만 삭막한 그곳을 나온 것에 대한 후회는 크지 않다.

유난히 팔랑거리는 귀를 가졌거나 허파에 바람이 잘 드는 사람이라면,
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이 노래는 금물이다.